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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꽃 향기-제7부 - 단편

다정이 0 53 09.09 12:37
제7부-밤꽃 향기

공장일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강민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박강수와 만나기로 했는데, 소주 생각 있으면 동래로 나오라는 것이다.

약속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었다. 폰 메세지가 딩동하며 울린다.

정혜영이 오늘 저녁 집들이 한다고 초대한다는 단순한 내용이다.

발신자가 누구인지 궁금하여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그쪽에서는 여자 목소리이다.

“희진씨?“

“예, 몇일 되었다고 목소리도 잊었나요?“

“난 또 누구라고....“

“아니 실망했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오늘, 저녁 시간 있죠?“

“안돼는데, 오늘 민욱이와 만나기로 했는데...“

“그럼 우리끼리 맛있는 것 먹죠 뭐, 선약 있으면 할 수 없구요...“



“땀 흘리며 고생한 것은 오늘 저녁 보상받아야 하는데..., 시간이 안 되어 아쉽네요.

“그럼 다음에 봐요?....., 창수씨“

나는 겹쳐는 약속 때문에 집들이에 빠지는 것이 약간 아쉬웠지만 그냥 잊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동래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강민욱과 박강수가 농어회를 시켜 놓고 벌써 술잔을 비웠다.

“오늘 왠일이야?“

“응, 민욱이가 쇼핑몰 운영하는 PC를 바꾼다고 해서 내가 하나 팔아 줬지?“

박강수가 말을 받았다.

“음, 그러니까 쇼핑몰 컴퓨터를 바꾸었다 이거군“



“그래“

“그런데, 강민욱이 잘 나가는 모양인데, 이 불경기에...“

“잘나가긴...., 너무 낡아서 새로 바꾼 거지“

“지난번 서울 갔던 일은 잘되었어?“



“그래, 잘 해결되었어, 이제는 몇몇 화장품 업체와 직거래를 하게 됐어,

그 전에는 도매상들을 몇번 거쳤는데 말야“

강민욱이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히야, 강민욱이 수완이 보통 아닌데, 아무튼 축하한다.“

“강수야, 요즘 컴퓨터는 좀 팔리나?“

나는 컴퓨터 매장하는 박강수에게 말을 던졌다.

“우리는 죽겠다. 하루에 한 대도 못 팔고 있다. 가끔 학생들이 소모품이나 게임만 좀 팔리고...“

“자! 소주 한잔하자“



“창수야, 너는 차 가지고 왔나?

“그래...“

“그럼 소주 마시면 되나?“

“대리 운전하지 뭐...“

“그래? 그럼 우리 오랜만에 한잔하자“



“술값은 내가 계산 할게!“

강민욱이 호기 있게 말했다.

강민욱과 박강수 그리고 나는 횟집에서 얼큰하게 소주를 마셨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집에서 온 전화다.

“음, 난데, 오늘 민욱이하고 강수 만나서 동래에서 소주 한잔하고 있다, 무슨 일인데?“



아내에게 보고도 없이 빠져서 술 마신다고 한참 잔소리를 한다.

“응, 알았다... 그래... 그래...좀 늦을 것 같다... 응“

“혜연씨야? 안본지 오래됐다. 다음에는 저녁 같이 먹자.“



박강수가 집사람의 안부를 물었다.

“그래, 다음에는 집사람들하고 저녁 같이 먹자“

“그리고 참, 성태는 어떻게 산데?“



나는 출판 회사에 다니다가 회사 도산 이후 소식이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음, 건마는 얼마 전에 공인중개사 시험 친다고 공부하는 것 같은데... 이번에 붙었는지 모르겠네.“

강민욱이 소식을 아는 듯이 이야기를 했다.

“전화 한번 해보자“

하면서 나는 핸드폰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잉? 이상하다..., 도성태씨네 아닙니까?“

“아~예, 안녕하세요, 근데 성태는? 그럼 전화 왔다고 전해 주이소“

성태는 잠시 나갔는데, 집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폰 소리가 다시 울렸다.

“응, 성태가? 히야! 오랜만이다. 2년 동안 어데서 숨어 살았노?, 그래? 우리 동래에서 술 한잔 하는데, 소주한잔 하러 올래?, 그래 알았다. 동마 횟집알제? 기다릴게... 음...“

“집이 어딘데?“



“음, 만덕 이래..., 금방 올 꺼야, 그 동안에 한잔 더 하지 뭐....“

그렇게 술을 마시는데 어느새 성태가 들어왔다.

모두 오랜만에 만나 기쁘다.

성태의 살아온 얘기를 듣는다고 정신이 없다.

출판사 도산으로 6개월 동안 공공근로, 퀵서비스 등 잡다한 일을 하다가

작년 한 6개월 정도 공인중개사 시험을 공부해서 그해 가을에 합격하고,

컨설팅 회사에 들어 간지는 2달 남짓하게 되었는데, 일을 배우고 있다며 명함을 내밀었다.

“히야! 잘됐네....“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오늘 2차는 성태가 사야겠네.“

“오늘 술 살넘들 많아서 좋다, 하하하“

“허허허, 하하하“

2차 노래방으로 옮겨와서 도우미 2명 들여놓고 모두들 고래고래 노래를 불러 댄다.

“비 내리는 호남선.... 기적 소리 슬피 우는데.....“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11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길거리에 나왔다.

모두들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이 가슴속을 씻어 주듯 상큼하고 달콤하다.

대리운전자는 금방 도착했다.

“화명동으로..., 아니 전포동으로 갔다가 화명동으로 갑시다“

“그럼, 추가 요금이 있는 데요“

“알았어요.“

나는 정혜영을 집에 들려볼 작정이다.



아직 집떨이를 하지는 않겠지만 왠지 그래야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4시 마트에 들려 가운형 타올을 하나 챙기고 그녀의 집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때 골목 안에서부터 남자와 정혜영이 다투면서 나오고 있었다.

나는 모른 채 하고 그냥 지나쳤다. 남자가 정혜영을 밀어 제치자, 그녀는 골목 담 벽에 부딪혔다.

“내일은 준비 해놔!”

한손을 어깨 위로 들고 아귀라도 칠 듯이 노려본다. 하지만 그녀는 말이 없다.

“이쌍년이!”

사내는 구두 발로 정혜영의 다리를 걷어찼다.



정혜영은 골목길에서 꼬꾸라지듯 허리가 꺾이고 그 자리에 쓰려졌다.

“흐~ 흑, 알았...”

“내일 이 시간에 올 거야, 다시 보자구”

사내는 살기 어린 목소리로 내 뱉으면서 골목길을 나와서 큰길로 내려갔다.

사내가 사라지자 정혜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과 한숨이 고인 목소리로 흐느끼며 절뚝거리는 다리로 2층계단을 다시 올라갔다.



나는 자동차를 그냥 돌려 화명동 집으로 향했다.

기분 좋게 마신 술이 그곳에서 확 달아나 버린 것 같다.

정혜영한테 알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것을 알게 되었다.



이튿날 저녁 집에서 저녁을 먹고 아내에게는 업체 사람 만난다면서 시간을 맞추어 정혜영의 집으로 향했다.

차는 저 만큼 떨어진 다른 골목길에 대어놓고 어제 사놓은

타올형 가운 종이가방을 들고 정혜영의 2층집 아래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나 싶어 귀를 기울여 보았다.

하지만 조용할 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한참동안 망설이다가 동태를 살필 겸,

지나다가 준비한 선물을 전하러 왔다고 하면 크게 오해는 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 골목길을 들어서

2층 계단으로 올라 대문을 살짝 밀어 보았다.



대문은 열려 있었다. 나는 고양이 걸음을 하여,

마루에는 불투명 창문으로 가려져 내부를 잘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큰방에서 얘기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 방은 이미 불이 꺼져 있다.

방안에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방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재빨리 계단으로 내려와서 다른 골목길로 들어섰다.

어제의 그 사내였다.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일이 잘되었는지 그 사내는 기분 좋게 계단을 내려와 큰길로 사려져 버렸다.



정혜영도 2층 현관문을 잠그고는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한참 동안 골목에서 서성이다가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벨을 누를까,

말까 이렇게 망설이기를 30여분.... 도심 속이지만 하늘은 가끔 어둠 속에 아름다운 별을 선사한다.



늦은 밤에 찾아온 것이 잘못된 것이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려니 그렇고....

용기를 내어 벨을 한번 눌렀다.

벨소리에 놀라지나 않을까 싶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마루문을 열면서 신발 끄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아, 예, 저......, 김창숩니다“

“응, 예에?“

그녀는 놀란 듯이 총총걸음으로 나와 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늦게..., 주무시는데 깨운 건 아니지요?“

“아, 예...., 그런데 무슨....일로....“

나는 종이 가방을 먼저 내밀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더....“



그녀는 종이 가방을 받아 들고

“아니, 이게 뭔데요?“

하면서 나를 쳐다본다.

“아예! 저 어제 집들이 오려고 사놓았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오늘.....“

“창수씨도 참, 별걸 다 챙기네요.“



“그럼....“

“늦었지만 차라도 한잔하시고 가세요.“

나는 나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그 얘기를 얼마나 기다렸나 싶어 반가 왔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늦었는데...., 그럼 커피 한잔 만.....주실렵니까?“

“그럼요, 창수씨만 바쁜 일없으면 한잔하고 가세요.... 제야~ 뭐....“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아휴~ 고맙습니다.“

그녀는 나를 아주 믿는다는 듯 어렵지 않게 대했다.

거실 마루에는 조금 전에 마신 듯한 커피 잔이 2개가 보여다.



그녀는 나를 안방으로 안내하고 가스에 커피포트를 올렸다.

“집안을 예쁘게 꾸며 놓았네요.“

“그래요? 호호호“

그녀는 진 곤색 슬립케미숖 레글레스 나이트가운을 걸치고 있었고 위에는 스웨터를 걸치고 있었다.

“그런데, 선물이 뭐예요?“



그녀는 커피 잔에 커피를 넣으면서 말했다.

“예, 그냥 잘 몰라서 아무거나..., 나중에 보세요...“

나는 약간 쑥스러워 얼버무렸다.

“호호호, 재미있네요, 자 어디보자....“



그녀는 종이가방 속에 든 포장지를 뜯어냈다.

순간 나는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응? 이게 뭐예요?“

“....“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죄지은 사람처럼 눈길을 바닥으로 깔았다. 그녀는 갑자기

“호호호, 근사한데요....“



나는 아무래도 잘못한 것 같아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감춤 없이 밝았다.

“혹, 맘 상했다면 이해하세요, 별다른 뜻 없이 산건데...“

“창수씨, 가운 이쁘구요, 정말 맘에 들어요.“



그녀는 오히려 나를 위로하듯 말했다.

그녀는 커피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커피를 들고 한 모금 삼켰다.

“창수씨, 무슨 커피를 그렇게 막걸리 마시듯이 벌컥대며 마셔요?“



그녀는 나에게 어린아이 다루듯 기분 나쁘지 않은 핀잔을 준다.

“그럼, 어떻게 마셔요?“

“가리켜 줄까요?“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선한 눈매에 머리를 뒤로 묶어 올려 성숙한 여인의 체취가 느껴진다.

“먼저, 커피스푼으로 두어번 저으면 향이 피어오르면 그 향을 맡아요,

그리고 입에 대고 입술을 적시며 맛을 보는거지요“



“커피 맛 어때요?“

커피 박사처럼 말하는 그녀 앞에서 다른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좋은데요....“

“그런데, 창수씨 다음부터는 그럴 리 없지만, 다른 여자한테 이른 옷 선물하면 안돼요..“

“아니, 왜요?“



“여자들은 선물에 약하거든요.“

“무슨 뜻인지...“

“아무나 이런 선물하면 안 된다는 뜻이지요... 오해할 수 있으니까.“

“예, 알겠어요“



“그리고, 집떨이 선물에 왠 가운 이예요? 안 맞잖아요.“

“예, 생각이 모자라서...미안해요.“

다시 그녀가 몰아붙이는 바람에 꼼짝 못하고 잘못한 학생처럼 고분거리며 대답했다.



그녀는 밝은 얼굴에 눈웃음까지 치면서 일러주었다.

“그럼, 한번 입어봐야겠네요, 성의를 생각해서....“

그녀는 종이가방을 들고 마루거실로 나가면서 안 방문을 닫았다.

잠시 후 그녀는 연분홍 가운을 걸치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조금 전에 샤워라도 한 듯이 머리까지 위로 감아 올렸다.

“창수씨, 이쁘죠?“

“아~, 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예뻤다.

그리고 커피테이블 앞에 다리를 모으고 다소곳이 앉았다.

허리를 끈으로 잡아 묶었는데 약간 벌어진 가슴라인으로 속옷이 보이질 않는다.



나는 약간 당황했다. 그래서 얼른

“혜영씨, 물어볼게 있는데.“

“호호호, 뭔데요? 과부한테 물어볼 건 많겠죠?“

하면서 조금 전과는 대조적으로 푸념어린 말투로 대답했다.

“.......“

“창수씨, 물어보세요. 뜸들이지 말고...?“

“아니, 아닙니다, 조금 늦었네요, 집에 갈게요.“

그녀는 갑자기 일어서는 내가 의외라는 듯

“그냥 가시게요?“

“예, 밤늦게 와서... 미안해요, 다음에 오면 커피한잔 주실 거죠?“

“예, 언제든지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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